계량화와 전문성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다보니 자주 하게 되는 일이 밥짓고 라면 끓이는 일이다. 쌀 씻어서 밥을 직접 만들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서 밥을 해본건 처음인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이 그런대로 잘 된건 쌀통에 들어있는 계량컵과 밥솥에 그려진 눈금 덕택이다.

라면이야 그리 오랜만은 아니다. 라면물은 대충 눈대중으로 맞췄었는데, 밥 짓는걸 참고삼아 계량화해봤다. 라면 봉지에 씌여진 조리법에 의하면 물은 550 cc, 끓이는 시간은 4분이다. 그런데, 집에 눈금이 달린 컵이 없었다. 메스실린더 같은게 있을리는 만무하고. 다행히 예전에 쓰던 우유병에 눈금이 있었다. 우유병의 300cc를 자주 사용하는 유리컵에 따르니 거의 가득차서, 앞으로 이 컵을 사용하기로 했다. 두 컵 조금 못미치게 따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끓여먹으니 대략 적당한것 같다.

얼마전 TV를 보다보니 돈까스 전문점에서 조리사가 기름에 돈까스를 튀길때 스톱워치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딱 4분만 튀겨야 고기가 가장 적당히 익는다는 것이다. 전문 조리사들도 이렇게 계량화를 한다는게 새삼스러워 보였는데, 사실은 계량화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마추어와 전문가를 구분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전문가들이 계량화를 하는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더 빠르게 일처리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매번 고민할 필요없이 정해진 루틴을 따르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계량화할 수 있는 대상과 아닌 것은 구분이 되야 할 것이고, 이런 것들 까지도 전문가의 지식 범위에 들어있는 내용일 것이다. 전문성이 어떤 경지에 이르면 계량컵이 없이도 양을 맞출 수 있게 되겠지만 이건 계량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눈금이 없는 컵에서도 눈금을 보고 계량할 수 있는 것이리라.
by conanoc | 2008/02/04 14:55 | Misc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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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04 17: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onanoc at 2008/02/04 18:07
티스토리에도 블로그가 있었군요. 머리는 한번 생각해보죠. ^^;
Commented by 잼난게좋아 at 2008/02/05 09:08
밥짓는 팀장님 모습 상상이 잘 안되네요. ^^ 마지막에 인사를 못드렸는데.. 평안하시죠?
제가 나름 초보 주부(?)이다 보니까 계량컵, 계량스푼 득을 톡톡히 본답니다. 계량만 잘해도 중간은 가요. 그래도 언젠가는 눈짐작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jimbo73 at 2008/02/15 11:20
계량화의 기반이 되는 수치를 도출 혹은 산정하는 것이 진정한 전문성이 아닐까요?
일반 사람들은 그 지침 혹은 인도에 따라 그냥 따라 가는 형태이구요.
Commented by 홍규 at 2008/02/21 16:08
전 이미 눈짐작으로 가능한데...^^v....라면만요...ㅋㅋ
팀장님 화이팅하세요..^^
Commented by 김진태 at 2008/02/26 18:15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서 밥을 해본건 처음인것 같기도 하다......난 수백번 해봤는데....ㅡㅡ; 왜 난 수백번이지...쩝
Commented by conanoc at 2008/02/26 21:37
제가 집안일에 좀 소홀하긴 했었죠.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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