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페렐만 이야기
어제 EBS 다큐프라임에서 아주 잠깐 페렐만에 대한 방송을 봤는데, 오랜 난제였던 푸앙카레 가설을 증명한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이 필즈메달 수상도 거부하고 은둔해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그가 푼 수학문제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있었다. 페르마 정리의 증명 말고 또 최근에 그런 이슈가 있었나 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2006년 경에 꽤나 떠들썩 하게 이슈가 됐었던 것 같다. 필즈메달 수상 거부도 이슈가 되고, 사이언스지 표지(?)에도 올라갔었나보다. 이런거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왜 모르고 있었을까.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 - 필즈상을 거부하고 은둔한 기이한 천재수학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일본작가의 책도 출간됐고, 여기에 잘 소개가 되어 있다.

그가 해결한 문제 자체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것 같으니 넘어가고, 그의 기행에 대해서만 좀 살펴보자. 우선 경위를 보면 이렇다.

  1. 백년전(1904)에 푸앙카레라는 유명한 수학자가 가설 하나를 내놓았고, "이걸 푼다면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갈수 있을거야~" 라고 말했다.
  2. 그보다 4년전인 1900년 파리 국제수학자회의에서, 힐베르트는 20세기에 풀어야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23개 문제를 내놓았다.
  3. 이후 백년동안 위 23개 문제들은 대부분 풀렸다. 수학자들은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2000년 파리에서 다시 미해결과제 7개를 내놓았고, 각 문제에 100만불 (12억 정도)의 현상금을 걸었다 (밀레니엄 프라이즈). 이 7대 난제중 하나가 바로 백년 넘도록 해결안되고 있던 푸앙카레 가설이다.
  4. 채 2년이 지나지 않아서 페렐만이 이 문제를 풀어서 저널이 아닌, 저널 아카이브 인터넷 사이트에 "대충 이렇게 풀면 될것 같다" 고 논문을 올렸다.
  5. 이후 페렐만은 친분이 있던 미국 교수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권위있는 수학자들 앞에서 논문을 설명했으나, 이 논문이 해당 분야의 이론이 아닌 전혀 색다른 방식을 이용한 것이어서 전문가들은 눈만 뻐끔일 뿐이었다.
  6. 논문을 검증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3년이상 지난 2006년에야 검증이 완료됐다. 하지만 그는 이미 수학계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7. 2006년 그에게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이 수여됐지만 페렐만은 받지 않았고, 유럽수학협회의 상도 거부했다.
  8. 밀레니엄 프라이즈 100만불은 아직 공식적으로 수여되거나 거부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가 상금을 찾아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9. 현재 페렐만은 그가 다니던 연구소도 그만두고 엄마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수상거부 및 은둔에 대해 "기행이다", "괴짜다", "천재는 원래 그렇다" 등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박노자 교수는 이게 개인적인 기행이 아니라 수학계 혹은 나아가서 학계 내부의 고질적인 권력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페렐만의 위키피디아에서도 이 의혹을 언급하고 있는데, 논문 검증과정에서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상을 거부했을까. 수학협회 회장이 페렐만을 찾아가 이틀간 설득하고는 포기했는데, 그 후 페렐만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He proposed to me three alternatives: accept and come; accept and don'tcome, and we will send you the medal later; third, I don't accept theprize. From the very beginning, I told him I have chosen the third one…[the prize] was completely irrelevant for me. Everybody understood thatif the proof is correct then no other recognition is needed.

그리고, 검증과정에 대한 불만 혹은 수학계에 대한 불만은 이렇게 표현했다 한다.
I can't say I'm outraged. Other people do worse. Of course, there aremany mathematicians who are more or less honest. But almost all of themare conformists. They are more or less honest, but they tolerate thosewho are not honest.

정확한 내막은 알수 없지만 그가 논문을 낸 이후 주변인들의 반응, 그리고 검증과정에서 마찰들이 있었을 것이고, 염증을 느낀 페렐만은 수학계를 떠났다. 사람들은 돈과 명예를 거부한 천재를 그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PS.
위에 링크한 밀레니엄 프라이즈에 관한 글은 CMI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누군가 번역한 것인데, 종종 이런 자료를 검색할때 나는 원본 출처가 어딘가 궁금해서 원본을 추적해 보곤 한다. 대부분은 실패하는데 이번에는 운좋게도 성공했다.

구글에선 시간 범위를 지정해서 검색할 수 있는데, 가장 오래된 글이 이거였다. 출처는 네이버 지식인이라고만 되어있다. 출처를 알려준다는 야후 블로그 검색에서 가장 오래된 글은 위에 링크를 건 이 글. 네이버는 시간 범위를 지정해서 검색할 수 없는데, 다행히 지식인은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원본을 찾을 수 있었는데, CMI 홈페이지의 글(지금은 변경되서 찾을 수 없는)을 번역해달라고 지식인에 올린 질문에 답변자가 그 원문을 담고 있던 책을 보고 타이핑해서 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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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anoc | 2009/10/22 14:20 | Misc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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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OP at 2009/10/27 21:33
"3. 수학자들은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2000년 파리에서 다시 미해결과제 7개를 내놓았고"란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밀레니움 7개 문제는 클레이 연구소라는 일개 연구소에서 제시한 미해결 문제일 뿐입니다. 힐베르트가 20세기 초에 국제수학자회의에서 제시한 23개의 문제와는 그 맥락이 다릅니다. 클레이 연구소에서 제시한 7개의 문제가 마치 국제수학자회의에서 제시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겠습니다.
Commented by dcsds at 2009/11/10 20:29
푸앙카레?.. 도저히 풀 수 없는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이렇게나 없다니.. 저렇게 수학에 미친 사람이 지구상에 몇프로.. 아니 몇명일까 ??? 이세상 모든 사람이 수학에 미쳐있다면 세상이 참 웃기겠당. 시대에 있어서.. 저렇게 수학 좋아하고 또 저렇게 우리가 모르는 뭔가 발견하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그것인거 같다. 내생각엔 저런 건 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많아지면 금방 풀리고 또 금방금방 생기고 그럴 거 같음.. 수학자가 이세상에 몇명임? 몇명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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