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열풍과 가상화폐의 가치 Misc

2017년 1월은 가상화폐 열풍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면 2018년 1월은 그 열풍이 너무 지나쳐서 열풍을 잡으려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었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이어 채굴까지 금지시켰고, 우리나라도 거래소 폐쇄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거래소와 연동된 은행들을 중지시켰고, 실명확인 등의 절차를 강화한 이후 다시 은행계좌 연동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입장은 가상화폐 시장을 아예 인정하지 않기 위해 규제도 안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슈가 너무 커지자 움직이지 않을수 없었고 규제와 폐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폐지를 밀어붙일 정도로 용기가 있거나 가상화폐에 대해 잘 아는 관료가 없다는 점에서 폐지는 현실적이지 않을것 같고, 남은건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것 같다. 문제는 은행계좌를 실명화하고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도의 규제가 열풍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선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이 멈춰줘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국내의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지 얼마 안된 시점부터 폭락이 시작돼서 그 열풍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정부의 규제 논의에는 자연스럽게 가상화폐의 성격을 규정하는 논의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도박인지, 사기인지, 단순한 전자화폐인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인지 말이다. 재미있는건 이걸 규정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고, 가상화폐의 종류가 워낙 많고 가상화폐 별로도 성격이 달라서 규정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현상이 투기열풍이라는데 동의하는 이유는 이렇게 모호한 대상에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투자하는 사람이 이성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로 본다면 가상화폐의 기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워서 투자자로 인정받기는 너무 힘든게 현실이다. 정부 역시 규제를 하려면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텐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닐것 같다. TV의 수출입 규제를 하기 위해 OLED 기술을 알아야 한다면 어떨까. 현실에선 OLED 기술은 몰라도 TV가 뭔지는 아니까 문제될게 없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모른다면, 혹은 특정 가상화폐가 주장하는 기술의 특성을 모른다면 그 가상화폐를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 투기과열을 잡는 문제에서 접근한다면 개인당 투자금액의 상한선을 두는게 한가지 방법일것 같다. 기업의 경우엔 다른 상한선을 두고 정부에서 관리하면 될것 이다. 외환 거래가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얼마전 가상화폐 관련 TV토론에서 유시민이 출연해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도 할 수 없고, 설령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못하게 해야 한다며 거래소 폐쇄를 주장했다. 상대 진영으로 출연한 김진화, 정재승은 비트코인 기술에 대한 지식에서 조차도 유시민에게 밀려서 변변한 주장하나 못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하고 가상화폐와 분리되기 어려운 것이니 거래소는 적절한 규제를 통해 운영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만 이야기하고 내려왔다. 어쨌거나 가상화폐를 지지하는 진영의 가장 큰 보루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다. 나는 여기에 다소 회의적인데 사실 블록체인이란 버즈 워드는 2014년 마운트 곡스의 파산과 마약거래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트코인 진영에서 도입한 마케팅 용어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로 비트코인 컨퍼런스들은 이름을 블록체인 컨퍼런스로 바꾸었고, 제2의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기술기업으로 자신들을 포장해서 투자를 받았지만 그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여전히 비트코인의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것이었다. 블록체인을 단순히 데이타베이스 기술중 하나로 포장했다면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중앙 서버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는 해서 가상화폐는 도박판의 칩에 불과하지만 블록체인을 구동하는 연료로서 없으면 안되는 필요악이라는 논리가 문외한들 사이에서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블록체인 기술을 떠나서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선, 비트코인의 의도는 명확하다. 기존의 화폐 시스템이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정치,경제의 실패가 불러온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 휴지조각이 되기도 하고, 미국이 달러를 맘대로 찍어대서 국제적인 공정성 시비가 생기기도 하고, 국가간의 화폐 이동은 심각한 제한이 있는 상태다. 만약 인터넷 상에 금(gold)이 존재하고 이 인터넷 금이 현금보다도 사용하기 더 편리하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금을 구입하고 이걸로 결제나 송금을 할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비트코인의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는 금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와 같다. 정해진 가격은 없고 그저 시장에서 결정될 뿐이며 국제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통용되고 이따금씩 과열된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 금의 현 시가총액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같아지는 시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얘기하지만 비트코인이 금을 완전히 대체한다 치더라도 그 시가총액이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의 금 가격이 금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절대적인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다가 어느 범위에 수렴할 것이고 그 이후엔 금과 같은 안정된 재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같은 논리는 비트코인 진영의 희망사항일 뿐이어서 반대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상화폐로서의 이더리움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부터 무지한 사람들의 착각이 시작된다. 이더리움의 이더(ETH) 역시 비트코인 처럼 개인간에 주고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런 화폐로서의 용도를 의도하고 있지 않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상에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좀더 간편하게 저장할 수 있고, 이들 자산을 쉽게 주고받고 자산 거래의 계약을 쉽게(?) coding 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의 이상적인 형태라 할수 있을것 같다. 이더리움의 가상화폐인 이더는 이더리움 상에 코드를 실행할때 필요한 GAS를 구입할때 사용되는 토큰이니 석유에 비유해보자. 이더리움이라는 스마트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석유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한가. 이 플랫폼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대체 수단이 얼마나 비싼지에 따라 그 가격이 정해질 것이다. 석유의 가격은 비행기의 등장으로 높아지기 시작해서 전기수요의 증가와 함께 높아졌지만 천연가스나 원자력,수력 발전과 같은 대체제의 견제와 산유국 간의 가격경쟁으로 조정된다. 이더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 연료일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다만 이더의 시가총액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건 무의미한 짓이다. 금과 석유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리플 혹은 스텔라와 같이 특정 기업이 발행하고 독점하는 가상화폐도 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아니고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인터넷 맞고의 게임머니와 다를 바 없는 사이버머니다. 물론 이 사이버머니는 단순히 배경음악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거나 게임을 하는데 사용하는게 아니라 은행간 거래를 중계하는데 사용하겠다는 등의 좀더 진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유용하다면 리플 토큰이 아니라 리플 회사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 내에서 토큰이 화폐 교환의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토큰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은행에서만 구입해야 정상이다. 그렇다면 대동강물을 돈 주고 팔겠다는 이 사기는 범죄일까? 아마도 아닐것 같다. 리플이라는 회사에서 리플의 효능을 과대광고하고 있다거나 리플의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으니 사기죄는 성립하기 쉽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이걸 돈받고 팔 때에는 그 판매가격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지와 상품의 성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텐데 그걸 위반한 측면은 있을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이들 화폐의 거래는 금지되야 마땅할 것이고 이로 인한 투자자 손실은 리플이라는 업체가 배상하면 될 일이다.

그 이외에 다른 수많은 가상화폐들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해당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기술과 그 플랫폼이 유통시키는 토큰의 가치에 대해 잘 검토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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