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전망 Tech Info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비트코인의 느린(?) 처리속도와 처리 용량의 한계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로 데뷰해서 오랜 기간의 개발을 거처 베타버전이 나와있는 상태지만 아직까지 안정화되려면 갈길이 멀고 단순히 비트코인을 보완하는 시스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개가 등장한것 같기도 하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평가하는 세력도 둘로 갈라지는데 한쪽은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실패할 거라고 주장한다. 노드들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고 집중화될 것이고 노드들의 숫자가 충분한 크기로 확장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쪽에선 자신들의 시스템에도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기법을 차용하려 노력한다.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라이트코인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이더리움에서도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초기 설계자인 조셉 푼을 영입해서 플라즈마라는걸 연구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아직 지지부진한 이유는 처리속도나 용량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일상생활에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 자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치가 이렇게 요동치는 화폐를 책이나 게임을 구매하는데 사용하는게 영 내키지 않는다. 어쩌면 지불하는 사람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한몫 챙긴 사람들이 몇 십, 몇 백만원 정도 쓰는건 부담이 없을테니. 부담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더 클 것이다. 만원짜리를 팔았는데 원화로 환전하는 시점에 만원이 안될 수도 있고, 당장 시스템을 연동하는 것도 신용카드나 OO페이보다 어렵고, 수수료도 불분명하다. 어렵게 결제수단을 만들어놨는데 쓰는 사람이 몇 명 안되면 낭패 아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안정화되고 이걸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충분해질 때가 되서야 사람들이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럼 과연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우리가 기대했던 시스템이 맞는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조금만 이 시스템을 살펴보도록 하자.

1. 독립적인 시스템
비트코인이 하나의 P2P 프로그램이듯이 라이트닝 네트워크도 별도의 또 하나의 P2P 프로그램이다. 두 개 프로그램이 서로 연동하는건 아니지만 라이트닝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하긴 한다. 라이트닝에서 작성한 contract를 비트코인에 전송하기도 하고 비트코인의 트랜젝션들을 모니터링해서 라이트닝 상의 거래를 검증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래서 라이트닝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해당 컴퓨터에 비트코인 데몬도 띄워 놓아야 한다. 이론적으로 비트코인 이외의 다른 블록체인 시스템과도 연동될 수 있지만 라이트닝에서 작성하는 contract 포멧이 비트코인에 맞춰져 있으니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자체 화폐를 가지지 않고 비트코인을 주고 받는걸 지원한다. 마이닝이 없으니 노드들에게 마이닝 수수료도 없다. 대신 노드들은 거래를 중계할때 거래 수수료를 받게 된다.
현재 3개 업체가 각각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구현하고 있는데 하나는 C로, 하나는 go로, 하나는 scala로 구현하고 있다. 서로 협의해서 공통된 표준스펙을 만들고 호환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 이때문에 안정화에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2. 마이크로 페이먼트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적은 금액의 빈번한 거래를 지원하는걸 목표로 만들어졌다.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검증이 아니라 암호화키 기반의 검증만을 수행하므로 검증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고 트랜젝션 수도 제한이 없다. 일정양의 거래가 끝나면 최종 결과만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하게 된다.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금액의 단위는 밀리사토시, 즉 사토시의 1000분의 1이다. 1 사토시는 1 비트코인의 10억분의 1로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데 이걸 다시 1000으로 나눈 것이다. 1 비트코인의 가격이 10억원이 넘어가면 1원 단위의 거래가 어려워지는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아주 작은 거래 수수료를 처리하기 위한 의도일지도 모른다. 10 원을 주고 받을때 1% 수수료를 뗀다면 0.1 원이 필요할테니 말이다.
한편, 마이크로 페이먼트에는 적합한 반면에 큰 금액의 거래에는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들은 일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미리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위한 fund로 등록해둬야 하는데 이 금액 이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고 다른 노드를 거쳐 중계가 될 때에는 중계하는 노드의 잔여 fund 보다 적은 금액만 중계가 가능하다.

3. 암호화된 분산 시스템
비트코인이 모든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오픈되는 시스템인데 반해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모든 거래내역이 암호화되고 감춰진다. 노드들 간의 통신이 암화화되어 감청이 불가하고 노드들 간에 주고 받은 거래내역 역시 노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Tor를 지원해서 어느 IP의 컴퓨터들이 거래하고 있는지도 알수가 없다.
분산 시스템으로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난제중 하나는 분산 시스템 내에서의 라우팅이다. 비트코인은 모두가 거래 장부를 공유해서 가지고 있으니 단순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부에만 거래를 기록하고 주변에 있는 노드들에게 브로드캐스트 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는 자신이 거래하려는 노드를 찾아서 그 노드와 거래내역을 주고 받아야 한다. 이 거래를 중계할 노드들을 찾고 이 노드들이 충분한 fund를 가지고 있는지, 적절한 수수료를 받는지 체크해야 한다. 노드들이 많아질수록 라우팅 계산은 복잡해질 것이고 일부 중계 노드들에 장애가 생길때 거래도 지연될 수 있다.

4. 어뷰징 방지
분산 시스템의 특성상 어떤 노드들이 의도적으로건 의도적이지 않건 이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암호화 기법들을 이용해 문제를 방지하지만 모든게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다. 우선 5만원의 거래를 위해 양쪽 노드가, 즉 두 사람이 10만원씩 20만원 fund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5만원을 주고 받으면 20만원 fund중 한사람은 15만원을, 다른 사람은 5만원을 소유하게 된다. 양쪽이 합의하면 거래를 종료하고 fund를 깨서 비트코인으로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 5만원 남은 쪽에서 합의를 안하면 15만원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깰 수도 있는데 이때 이걸 깨는 사람은 일정 기간(3일 혹은 서로 합의한 기간) 이후에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중간에 다른 노드의 중계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 중계 노드가 돈을 가로채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즉 중계 노드가 받은 돈을 건네주지 않고 돈을 받은 상태에서 fund를 깨는 것이다. 중계 노드 역시 3일 후에 이걸 비트코인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걸 방지하려면 돈을 지불한 노드는 이걸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한다. 모니터링에 걸리면 중계 노드는 자신의 fund를 모두 모니터링하는 노드에게 빼앗기게 된다. 이런 룰들이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핵심이고 이 룰들은 비트코인의 smart한 contract들로 구현된다. 노드들이 돈을 주고받는 contract를 작성할때 이런 룰을 포함해서 작성하게 된다.
과거에 가로채기를 시도했다거나 네트웍 연결상태가 안좋아서 자주 끊어지는 불량 노드가 있다면 이를 골라낼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아직 이런건 없다.

5. 모바일 결제
일상 생활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해 결제를 한다면 당연히 휴대폰 이용이 필요하다. 휴대폰에서 직접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를 실행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중계해주는 사업자가 필요하다. 해당 사업자로 fund 구성을 위한 비트코인을 보내고 사업자가 운영하는 노드를 통해 거래가 진행될 것이다. 이 그림은 OO페이에서 송금하는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OO페이에 은행계좌를 등록하거나 혹은 일정 금액을 입금시켜 놓으면 편리하게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는 식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수천개의 노드로 구성된 분산시스템으로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이런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몇 개의 노드만으로 운영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들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OO페이 사업자들이 상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노드들이 몇 개로 중앙 집중화되는 경우 문제는 수수료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상의 수수료도 이들이 결정할 것이고 이들이 제공하는 대행서비스의 수수료도 별도로 부과될테니. 물론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는 국내 사업자들만 운영하는게 아니고 페이 사업자도 마찬가지라 국가간 장벽이 얇은 좀더 경쟁적인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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